예금은 단순히 “가장 안전한 곳에 넣어두는 돈”이 아니라, 적절히 쪼개고 순서를 설계하면 금리도 챙기고 돈 쓸 때도 불편하지 않게 만드는 도구가 됩니다. 저는 2022~2024년처럼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내릴 때, 계단식 분할(만기를 달리해 나눠 넣는 방식)로 제 생활비와 비상금, 목돈을 따로 굴려 손실 없이 여러 번 갈아타기를 했습니다. 아래 6단계를 그대로 따라 하면, 초보자도 “금리도, 현금유동성도” 놓치지 않는 세팅을 만들 수 있습니다.
1) 예금 목적부터 정하기: 생활비, 비상금, 목돈 굴리기 구분
처음은 ‘돈의 역할’을 나누는 일입니다. 저는 통장을 이렇게 세 가지로 분리했습니다.
- 생활비: 매달 써야 하는 돈. 파킹통장(수시입출금, 금리 준수) 사용.
- 비상금: 병원비·갑자기 필요한 지출 대비. 1~3개월 단기 예금 또는 즉시 인출 가능한 파킹통장.
- 목돈 굴리기: 당장 쓰지 않을 자금. 3·6·12개월 정기예금.
예를 들어 신혼 때 전세 대출 이자와 이사 준비비가 동시에 필요했는데, 생활비와 비상금은 파킹통장에 두고, 나머지는 3·6·12개월로 나눠 굴리니 필요한 시점에 돈이 돌아오고, 금리도 놓치지 않았습니다. 이 구분이 확실해야 나중에 급전이 필요할 때 중도해지 없이 대응이 가능합니다.
2) 3·6·12개월 만기 비율 정하기(예: 40%·30%·30%)와 이유
계단식 분할의 핵심은 “만기가 돌아오는 주기를 일부러 만들기”입니다.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기본 비율은 40%·30%·30%(3·6·12개월)입니다.
- 왜 3개월 40%? 급한 상황이 생겨도 3개월마다 한 덩어리씩 현금이 돌아오니 유연합니다.
- 6개월 30%는 금리와 유동성의 균형.
- 12개월 30%는 대체로 가장 높은 금리를 확보하는 역할.
예시) 목돈 3,000만원이라면 1,200만원(3개월), 900만원(6개월), 900만원(12개월). 이렇게 하면 분기마다 최소 1,200만원이 돌아와 재배치 기회를 줍니다. 프리랜서처럼 현금흐름이 들쭉날쭉하다면 3개월 비중을 50%로 키우고, 직장인에겐 6·12개월 비중을 조금 더 늘려도 좋습니다. 저는 보너스가 있는 달에는 12개월을 추가로 묶고, 연말정산 환급이 예상될 때는 3개월 비중을 키워 유동성을 높였습니다.
3) 은행별 중도해지 이율 비교해 불리한 조건 피하는 법
같은 정기예금이라도 ‘중도해지 이율’은 은행마다 크게 다릅니다. 어떤 곳은 가입기간에 따라 0.1%대로 떨어지기도 하고, 어떤 곳은 우대 중도해지율을 별도로 두기도 합니다. 확인 요령은 간단합니다.
- 상품설명서에서 “중도해지 시 적용금리” 항목을 반드시 체크
- “기간별 차등 적용” 문구가 있으면 구간별로 이율을 확인
- 저축은행은 표면금리가 높아도 중도해지율이 박한 곳이 있으니 비교 필수
실전 경험을 하나 공유하면, 저는 2023년 초 특판에 6개월을 묶었다가 2개월쯤 지나 더 좋은 금리가 나와 갈아타고 싶었는데, 해당 은행의 중도해지율이 사실상 파킹통장보다 낮았습니다. 덕분에 “중도해지율 나쁜 상품에는 큰 금액을 묶지 않는다”는 원칙을 만들었습니다. 요령은, 3개월 비중이 큰 만큼 ‘중도해지율이 불리한 은행’에는 6·12개월만 소액으로 테스트해보는 것입니다.
4) 자동재예치 해제와 만기 알림 캘린더 등록 루틴 만들기
특판 예금은 기본값이 ‘자동재예치’인 경우가 많습니다. 저도 한 번 깜박해 동일 금리로 또 1년이 묶인 적이 있습니다. 이후로는 가입 즉시 다음 두 가지를 습관화했습니다.
- 자동재예치 즉시 해제: 가입 화면에서 옵션을 ‘해제’로 바꾸고 저장 확인.
- 캘린더 3중 알림: D-14, D-3, 만기일 당일, 세 번 푸시 알림 설정.
방법은 단순합니다. 만기일을 구글 캘린더에 “은행명/금액/만기”로 제목을 적고, 색상을 예금 종류별로 달리합니다. 또 오픈뱅킹 앱의 자산 탭에 ‘만기 알림’을 켜두면, 특판 공지와 함께 만기도 같이 챙길 수 있습니다. 이 루틴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만기를 놓쳐서 손해 본 적이 없습니다.
5) 금리 인상기/하락기 리밸런싱 규칙: 언제 갈아타고 언제 유지할까
계단식 분할의 장점은 “만기 때만 움직여도”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가 조금씩 바뀐다는 점입니다. 규칙을 간단히 세워두면 흔들리지 않습니다.
- 금리 인상기: 3개월 비중을 키우고(예: 50%), 12개월 비중을 줄입니다. 자주 돌아오는 만기로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탈 기회를 확보.
- 금리 하락기: 12개월 비중을 늘립니다(예: 40%). 높은 금리를 길게 고정.
저는 2022년 하반기 인상기에는 3개월 50%·6개월 30%·12개월 20%로 운영했습니다. 반대로 2024년 상반기 하락 기조가 보이자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부터 12개월로 옮겨 금리를 고정했습니다. 중요한 건 ‘중도해지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’는 원칙입니다. 만기 도래 자금으로만 서서히 방향을 바꿔도 충분히 유리한 평균 금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.
6) 수수료·이자소득세·농특세까지 체크하는 실전 점검표
마지막으로 세금과 자잘한 비용을 챙겨야 실수 없이 수익을 지킬 수 있습니다. 한국의 예금 이자는 일반적으로 15.4%의 이자소득세(소득세 14% + 지방소득세 1.4%)가 원천징수됩니다. 일부 비과세·저율과세 상품, 외화 관련 상품 등은 별도의 세목(예: 농어촌특별세 등)이나 조건이 있을 수 있으니 상품설명서를 꼭 확인하세요. 제가 쓰는 점검표를 공유합니다.
- 가입 전: 세전/세후 금리 둘 다 확인, 우대조건(급여이체·앱 로그인 등) 충족 가능 여부 체크
- 중도해지: 기간별 중도해지율 표 확인, 급전 대비 파킹통장 금리와 비교
- 수수료: 타행 이체 수수료 무료 조건(오픈뱅킹·모바일 전용) 확인
- 세금: 이자소득세 15.4% 반영한 세후 금액 계산, 금융소득종합과세 구간이라면 연간 이자 합산 추정
- 알림: 자동재예치 해제, D-14/D-3/당일 만기 알림 3회 설정
- 분산: 예금자보호 1인당 1기관 5천만원 한도 고려해 기관 분산
실제로 저는 세후 금액을 엑셀 대신 메모 앱에 간단히 적어 둡니다. “은행명/세전금리/세후이자/만기일/중도해지율” 5가지만 적어도 만기 때 갈아탈지 유지할지 판단이 빨라집니다. 예를 들어 세전 4.0% 예금이면 세후는 대략 3.38% 수준이니, 파킹통장의 3%대 초반과 비교해 3개월만 묶어도 의미가 있는지 바로 감이 옵니다.
처음에는 조금 번거롭게 느껴지지만, 한 번 구조를 세팅하면 이후로는 “만기 때만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 조정”하는 루틴이 됩니다. 저도 이 방식으로 급전이 필요했던 달에 중도해지 없이 대응했고, 금리 변동기에는 특판으로 여러 번 갈아타며 평균 금리를 높였습니다. 오늘 저 비율로 한 번 나눠보고, 캘린더 알림만 제대로 걸어보세요. 예금이 ‘그냥 묶어두는 돈’에서 ‘돈이 스스로 돌아오는 시스템’으로 바뀝니다.